갤러리와 들러리

2010. 5. 2. 23:49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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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http://www.klpgt.com/submenu6/sub03.asp


골프경기의 관람자를 '갤러리(gallery)'라고 한다. 골프경기장을 한폭의 그림으로 생각한건지 그 기원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미술화랑의 의미를 가진 갤러리에서 처럼 조용히 관람하는 분위기탓에 불려진 이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얼마전 한 골프전문지에 '한국 갤러리가 형편이 없다'는 유러피언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2라운드에 참가한 유럽 골프선수의 이야기를 다룬 기사가 나왔다. 이 기사에서 유럽선수는  "관람의식이 정말 형편없다"는 것으로 선수들의 경기를 방해하는 행동들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경기장인데도 불구하고 통제선을  벗어난다거나,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행동, 그리고 러프에 떨어진 공을 갤러리 중 한명이 집어 드는 등 골프에 대한 예의를 전혀 모르는 한심한 갤러리들의 행동들을 설명하고 있다.

또, 왁자지껄 떠들어 정상적인 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도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심지어 승인받은 사진기자이외에는 사진을 찍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갤러리들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아 선수가 경기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갤러리들의 한심한 행동들은 관람의식수준이 얼마나 낮은지를 말해 주고 있다. 

이 이야기는 비단 골프경기장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수많은 스포츠현장에서도 관중들의 무례함은 찾아 볼 수 있다. 기자들도 포토라인을 넘어가 방해를 하고 있기도 하고, 코치나 관중들도 지나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의식없는 행동들은 우리 체육교육이 잘못된데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이기면 된다'는 식의 교육이었고, 금메달만 많이 획득하면 스포츠선진국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만들어 왔다. 정작 스포츠를 관전하는 방법, 경기를 하는 방법, 경기를 평가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이런데도 일부 승리지향주의자들은 스포츠의 선진국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들러리'라는 순수 우리말이 있다. 흔히 예식장에서 주인공들에게 꽃을 뿌려주는 어린 아이들을 부르는 말로 주인공을 더욱 빛나게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기도 한다. 이와는 달리 어떤 일을 할때 일의 주체가 아닌 곁따르는 노릇이나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해석도 있다. 그래서 전자의 의미는 기분이 좋을지 모르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골프에서의 갤러리는 전자의 의미를 지닌 들러리가 되어야 한다. 갤러리가 후자의 들러리처럼 생각해 주객이 전도되는 행동을 보여서는 안된다. 

갤러리에게도 분명 지켜야 할 룰은 있다. 갤러리의 의식의 변화를 위해서는 스포츠의 윤리적 차원에서 고민되어야 하고 우리 스포츠계나 체육교사들이 더욱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물론 들러리의 긍정적인 생각을 지닌 갤러리라면 선수들을 더욱 빛나게 하는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관중없는 스포츠는 현대사회에서 아무 의미가 없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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