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축제에서 벗어나자 2009.04.

2010. 1. 17. 14:32Report/Martial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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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축제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지방자치제가 정착되는 1990년대 이후부터다. 그 이전에도 지역 특색에 맞는 다양한 축제가 있기는 했으나 지금처럼 여기저기 '축제의 홍수'를 이루게 한 결정적인 계기는 지자체장들의 관심에서 시작됐다 할 수 있다.

민선 초기의 축제는 지역의 특산물을 중심으로 한 형태였다. 이후 일부 지역에서 문화소재를 근간으로 한 축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활성화되면서 어떤 지역은 계절마다 축제를 개최했다. 이것이 과도해 특정 지역은 마치 축제 전문 지역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해당 지역의 인물 또는 문화소재로 ‘무예’가 축제의 중요한 소재 또는 프로그램으로 활용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무예단체들이 여기저기 축제장을 돌아다니며 부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이러한 축제 뒤에는 당연히 지자체를 이끄는 민선 관계자들이 간접적 특수효과를 노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축제의 본 취지를 떠나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행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 단체들에게 축제예산을 골고루 나누어 주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 이길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고질적으로 연결된 이벤트 관계업자와의 결탁도 큰 문제다. 축제를 기획하는 당사자들이 전문적인 지식없이 주변의 압력에 의해 또는 이윤만을 따져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이는 축제의 본래 의도는 살리지 못하고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이벤트로 전락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게다가 변화를 두려워하는 지자체의 공무원들은 매년 반복적인 내용으로 일관하며, 고질적인 복지부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속에 무예단체들도 축제에서 한 몫 챙겨 보려는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단적으로 많은 협회들이 축제리스트를 만들고 지자체에 기웃거리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질은 뒤로 한 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수준 낮은 시범과 시연으로 관광객들에게 ‘이것이 무예다’라는 식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어디서 들어보지도 못한 무예가 축제의 핵심에 자리하는가 하면, 해당 축제와 전혀 관련이 없는 퍼포먼스를 통해 축제의 본질을 떠난 무예시연이 판을 치기도 한다. 이런 요지경을 지켜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특히 올해는 더 걱정이다. 금년 축제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권이 동원된 과시적인 축제가 될 확률이 높다. 지역주민은 없고 뜨내기 관광객만 넘치고 주체가 불분명한 축제, 장삿속으로만 부풀려진 채 쓰레기만 양산하는 축제, 관광객은 없고 지역주민만 판을 치는 '이름만 국제'인 축제, 비슷비슷한 이름이나 소재로 여기저기 난무하는 축제 등에서 우리 무예들이 얽히고 섥혀 있는 모습은 정말 유감스럽기만 하다.


일부 지자체, 특성화된 무예 발굴 눈길


지난 2007년 충주에서 열린 전국무예대제전

우리나라 축제에서 무예는 관람객들에게 친근감 있는 소재다. 어찌보면 무예는 한국의 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프로그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고민이나 인식은 너무 부족하다. 자칫 과거 장터의 난장판에서 펼쳐지는 차력쇼에 지나지 않는 배고픈 무예인들의 모습으로 전락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축제는 한 사회의 시대정신과 감각에 맞는 축제의 기호들로 발전되어야 한다. 이것은 무예의 소재 역시 해당 축제에 걸맞은 소재로 프로그램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 만한 소재로 지역축제화하는 시대는 지났다. 수많은 축제들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질(質)을 갖추지 않은 무예시연이나 시범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지자체에서는 해당지역에 맞는 무예를 축제뿐만 아니라 평소 일선 도장에 그 무예정신과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훗날 지역 도장과 무예인들이 축제 속의 무예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장기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무예단체들이 이 지역 저 지역을 돌아다니며 시연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도장의 수련생과 지도자들이 해당지역의 무예를 특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당장 선거에 눈이 어두워 형식에 치우친 축제를 기획한다면 축제도 죽고 선거에도 패배할 것이다. 무예들도 마찬가지다. 여기저기 뜨내기 시연으로 쌈짓돈에 눈이 멀면 당장의 배고픔은 극복할 수는 있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배고픈 무예로 곧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달 말부터 충남 아산에서는 이충무공축제가 개최되고, 10월에는 충주세계무술축제와 백제문화제가 개최된다. 이들은 정부의 지정이나 정부의 지원에 의해 무예들이 의미있게 선보이는 대표적인 축제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축제관계자들도 그동안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무예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전통무예진흥법이 시행되고 있는 지금 문화상품으로서 무예시연을 접근하고 있다. 단순한 시연에서 지역 무예의 특성화를 고민하는 눈치다.

이런 분위기는 무예단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무예단체들의 단순한 ‘쇼’가 아닌 해당축제에 걸맞은 의미 있는 무예시연과 질높은 프로그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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